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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요 _ 하영신

등록일 : 2021-03-04 조회수 : 69 작성자 : 부산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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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무용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요

2021 현대무용단 자유 기획공연 Real Me 2

2021. 1. 29. 부산민주공원 소극장

 

_하영신(무용평론가) · 사진_박병민(무용사진작가)

 

현대무용단 [자유] 소속의 차세대 안무가 이승윤과 이혜리가 지난 129일 부산민주공원 소극장에서 자아의 탐구를 주제로 신작을 선보였다. 모두가 답안을 완성하지 못하니 원천적 물음이 되는 것일 터, 그 자문에 실패할 권리가 신인들에게 있어 왔다. 그러나 오늘의 작품들에 유독 더 섭섭해지는 건 기대에 더한 조바심 탓이다.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현대무용단 [자유]는 존재론적 단층을 쌓아가는 단체다. 스승인 박은화로부터 진영아, 박근태, 안선희 등 소속 중견 안무가들의 작업은 존재와 세계의 심급을 여는 일이었다. 그 탓에 그 울타리 안에서 자라는 새내기 안무가들의 작품은 부박하게 여겨지기 십상이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서의 주제의식을 물려받았어도 신인은 신인인 것을, 이제 막 일상의 표면을 벗겨내기 시작한 그들의 탐구는 각화(角化)된 세계 그 표층의 저항에 튕겨져 나온 첫 삽질인 양 불충분하게 여겨지기 일쑤다. 훈련의 연혁은 짐작되나 아직은 그 자신의 몸성으로 차이를 이루지 못한 움직임이나 어쩐지 익숙한 이미지들의 운용 등은 기실 젊은 작가들에게는 감안이 되곤 하는 단점이건만, 유독 이들에게는 아카데믹이란 수식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단체의 유산은 그리도 무겁다(억울해하진 않길 바란다. 그 울타리는 누군가에겐 진입장벽이었을 것이다). 청탁을 받은 김에 각오를 다진다. 간만의 소극장, 젊은 춤, 온몸의 힘을 풀고 부딪혀오는 그대로 부딪쳐보리라.

 

자아의 심급을 찾아가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Real Me 2>라는 타이틀 아래 이승윤은 <N번째 오늘>, 이혜리는 <퇴근>을 그리고 공동의 안무와 출연으로 <Real We>라는 작품을 선 보였다. 다짐만으로 새롭게 보기란 불가능인가. 과거로부터 연장되어오는 동조(同調)의 인상에 쉬이 갇혀버리고야 만다. 흰옷을 입었든(<N번째 오늘>) 양복을 입었든(<퇴근>) 무기력하거나 무감한 반복에 사로잡혀있던 주체들은 타자들에 의해 비로소 작용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작용과 반작용은 새로운 역능으로 강화되지 못하고 기억의 익숙한 범주를 재생할 뿐이다.

흰색 의상과 얼룩덜룩한 유니타드(<N번째 오늘>), 무대 안쪽에 놓인 나무 책걸상과 무대 중앙에서 움직임에 부착되어 오브제로 기능하는 철제의자들(<퇴근>), 음성과 전자음향의 루핑(Looping)과 느닷없는 자연의 소리(두 작품 모두) 등 이분법적 대결 구도를 갖는 이미지들에 실린 움직임은 매끄러우나 익숙하고 비슷하다. 이미지들은 상투에 묶이고 움직임은 관성에 갇혀 작품들은 개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현대무용단 [자유]의 풍으로 수렴된다. 그 결론을 말미의 공동작 <Real We>가 증거한다. (리플렛의 명기(明記)에 따르면) 서른한 살의 꼼꼼한 이승윤과 스물일곱의 두루뭉술한 이혜리의 춤은 앙상블로서의 합은 유려했으나 각자의 존재감이 평균값처럼 일률적이었으니, 작가와 관객의 오늘은 애초의 의욕과는 달리 다시 N번째, 퇴근 없는 삶 속으로 침몰한다.

탐구에 별 진척이 없으니 무슨 의미를 충당할 수 있을까요를 물어도 될까. 진정한 삶을 희구(希求)하나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출구를 못 찾거나 찾았던들 열지 못하는 건 동시대인들의 태도이기도 하거늘. N, O, P, Q중단 없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만나고 그대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위무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희망의 실현을 허용하지 않는 완강한 사회에 갇힌 세대들에게 미안해요, 그래도 같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봅시다, 위무를 전하는 게 아마도 바른 마음.

 

지역 무용학과의 축소와 폐지로 관련 동문단체의 활동도 퇴조 중인 이 마당에 단체의 조(調)를 지적하는 건 배부른 투정일지도 모른다. 진학과 입단은 엄연히 다른 법, 작가와 단체를 자발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확정 시켜 나갈 수 없고 생계와 복지는 보장받지 못한 채로의 헌신이 요구되는 불공정한 임시방편이었다 해도, 어쨌든 직업무용단이 희소한 우리 무용계의 기이한 현실을 지탱해준 것은 미우나 고우나 대학의 동문단체들이었다. 부산이라면 특히 야류 전통에 현대무용이라는 새로운 지형이 보태어진 것은 각 대학 동인 춤단체 덕분이었다. 한 시절은 저물었고 어차피 새 판이 짜여야겠지만,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 어쩌면 기본이 닦인 춤, 작품으로 성립 가능했던 학제의 춤을 그리워하게 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격에 갇혔다고 타박했었던가, 파격은 원래 격의 사후(事後)에요, 이제야 말해주게 되어 미안한 심정이다.

 

그러나 기어이 당부를 남길 수밖에. 팬데믹 시절, 모두가 나름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바, 왜 이 한창 민감해야 할 연배의 두 예술가는 달라지지 않은 채로 온 걸까. 영상을 타고 오는, 예상외로 많은 물동량의 대부분이 관성대로이긴 하다. 그러나 와중에도 절절한 의미를 송부하며 이 지경의 현실을 뚫고 나오는 송곳 같은 장면들이 있으니, 그것은 차라리 SNS로 송달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춤들. 홀로 혹은 간신히 둘이, 연습실에서 방 안에서 앞마당에서 호수강변에서, 춤을 추고 싶어 못 견디는 순간들을 담아 세계로 전송하는 경우, 그렇게 춤이 그 자체로 행위주체와 홀연히 일치할 때, 그 작은 춤이야말로 이 시절의 제의가 된다. 감동이란 진정성을 충전하는 경지보다 더 깊숙한 층위로부터의 일, 그냥 존재 그 자체의 충만함으로부터 자연(自然)하는 반응이로구나, 위독한 시절로부터 또 한 자락의 깨달음을 얻고 있던 차. 이 젊은 춤들이 차라리 맥락을 잃고 서투르게 맨몸으로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직은 배운 격 그대로인 그대들 <Real Me 3> <Real Me 4> <Real Me 5> 자신에게로 향해 가세요.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 그대들로부터 세계는 다시 열릴 거예요. 부탁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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